새벽 12시 17분에 세 번째 시안을 지웠습니다
지난주 새벽 12시 17분, 저는 클로드 코드 창에서 같은 랜딩페이지 요청을 세 번째로 지웠습니다. 첫 시안은 그럴듯했지만 아무 브랜드나 붙여도 될 얼굴이었고, 두 번째는 색만 세졌고, 세 번째는 문장이 예쁜 대신 누굴 설득하는 페이지인지 비어 있었습니다. 그때 인정했습니다. 문제는 모델이 덜 똑똑해서가 아니라, 제가 디자인 결정을 맡길 순서를 안 적어준 쪽에 더 가까웠습니다.
신입에게 “보기 좋게 정리해줘”만 던져놓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시키는 장면과 똑같았습니다. 자동화도 결국 일 시키기입니다.
다들 지시문를 길게 쓰지만, 그래서 더 흐려집니다
클로드 코드로 디자인을 뽑을 때 많은 사람이 지시문를 길게 늘립니다. 레퍼런스, 색감, 카피 톤, 경쟁사, 원하는 감정, 심지어 “조금 더 세련되게” 같은 취향까지 한 번에 밀어 넣습니다. 저도 그 방식으로 한동안 버텼습니다.
그런데 저는 디자이너도 개발자도 아니라서, 말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판단이 흐려졌습니다. 비개발자 직장인이 회의록을 부탁받은 신입에게 모든 발언을 다 적게 해서 정작 결론 한 줄을 놓치는 장면과 비슷했습니다. 정보가 많다고 일이 쉬워지는 게 아니라, 무엇을 먼저 결정하고 무엇은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지가 분명할 때 일이 빨라졌습니다.
무료 공개형 소프트웨어 스킬이 반가운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결과물 하나를 자랑하는 것보다, 판단 순서를 바깥으로 꺼내 다른 사람도 다시 써볼 수 있게 만드는 편이 훨씬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잘 뽑히는 스킬은 미감보다 순서를 고정합니다
제 주장은 분명합니다. 클로드 코드로 디자인을 잘 뽑는 사람은 지시문를 시처럼 쓰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결정할 것과 나중에 볼 것을 분리해두는 사람입니다. 이번에 제가 눈여겨본 수파노바 디자인 스킬도 바로 그 점 때문에 가치가 있었습니다. 영상 설명에 공개된 건 깃허브 저장소와 완성본 페이지 정도라서, 저는 내부 규칙 전부를 검증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잘 나온 결과”를 혼자 쥐고 있지 않고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꺼내놨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지난 5월 말, 저는 서비스 소개 페이지 초안을 클로드 코드로 11번 다시 뽑았습니다. 처음 네 번은 “조금 더 고급스럽게”, “너무 스타트업 같지 않게”, “정보는 유지하되 덜 복잡하게” 같은 말만 바꿨고, 총 2시간 10분이 들었습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왜 다섯 번째보다 여덟 번째가 나았는지 설명을 못 했습니다. 다시 시키기도 어렵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도 어려운 방식이었죠.
다음 주에는 접근을 바꿨습니다. 대상 독자 1줄, 페이지가 약속할 행동 1줄, 절대 넣지 말아야 할 분위기 3개, 섹션 우선순위 4개만 먼저 고정했습니다. 그리고 “결과가 흔들리면 색을 만지지 말고 정보 구조부터 다시 짠다”는 멈춤 조건도 적었습니다. 같은 종류의 작업이 38분 만에 끝났고, 수정 요청은 세 번에서 한 번으로 줄었습니다. 클로드 코드가 갑자기 더 미감 있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판단 순서를 밖에 적어둔 뒤에야 결과가 덜 흔들렸습니다.
제가 지금 복붙해서 쓰는 기준은 아래 정도입니다.
| 남는 디자인 요청 | 금방 무너지는 디자인 요청 |
|---|---|
| 누가 보는 페이지인지 한 줄로 적혀 있다 | “트렌디하게”만 적혀 있다 |
| 페이지가 시키려는 행동이 하나다 | 이것도 저것도 다 하려 한다 |
| 금지할 분위기 2~3개가 있다 | 좋은 취향을 모델이 알아서 맞추길 바란다 |
| 정보 구조를 먼저 정한다 | 색과 애니메이션부터 건드린다 |
| 실패하면 멈출 기준이 있다 | 애매해도 계속 다시 생성한다 |
복붙용으로 한 줄만 남기면 이렇습니다.
> “디자인을 잘 뽑는 사람은 예쁜 말을 더하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결정할 것과 건드리지 말 것을 적어두는 사람이다.”
공개형 소프트웨어로 푼 스킬이 진짜로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무료라서가 아닙니다. 감각을 혼자 쓰는 요령에서 끝내지 않고, 다시 시킬 수 있는 절차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동화를 볼 때 늘 이 대목을 먼저 봅니다. 시간을 아끼는 사람은 답을 한 번 맞힌 사람이 아니라, 다음에도 같은 품질에 더 빨리 도착하는 사람입니다.
너무 일찍 고정하면, 오히려 다 비슷해집니다
물론 이 방식이 늘 통하는 건 아닙니다. 브랜드 정체성이 아직 흐리거나, 일부러 낯선 시안을 여러 방향으로 흔들어봐야 하는 초기 탐색 단계라면 스킬이 너무 일찍 결론을 굳혀버릴 수 있습니다. 저도 4월에 소개 페이지 문구를 다듬으면서 금지 요소를 지나치게 빡빡하게 적었다가, 결과물이 전부 안전하고 심심하게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날은 기준을 더하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편이 맞았습니다.
또 하나는, 비주얼보다 사업 문장이 먼저 약한 경우입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비어 있는데 디자인 스킬부터 얹으면 페이지는 단정해도 설득은 안 됩니다. 양복은 말끔한데 자기소개가 흐릿한 면접자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저는 스킬을 미감 생성기로 보지 않습니다. 판단 보조 장치에 가깝게 씁니다.
오늘은 생성 버튼보다 네 줄 브리프를 먼저 적어보세요
오늘 바로 해볼 일은 하나면 충분합니다. 새 페이지를 만들기 전에 아래 네 줄만 먼저 적어보세요.
① 이 페이지를 가장 먼저 볼 사람 ② 그 사람이 보고 바로 해야 할 행동 1개 ③ 절대 닮으면 안 되는 분위기 3개 ④ 결과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고칠 순서
이 네 줄이 없으면 클로드 코드가 아무리 성실해도 결과는 운에 기대는 비중이 커집니다. 반대로 이 네 줄이 있으면, 수파노바 디자인 스킬 같은 공개 도구를 쓰든 직접 만든 지시문를 쓰든 작업이 훨씬 덜 흔들립니다.
오늘의 다음 단계는 하나입니다. 지금 쓰는 소개 페이지나 제안서 표지 하나를 골라, 디자인 생성 전에 네 줄 브리프부터 적어보세요. 다음 편에서는 그 네 줄을 실제 클로드 코드 입력 구조로 바꾸는 법, 그리고 비개발자 직장인이 가장 자주 망하는 금지 문장 5개를 이어서 정리하겠습니다.
핵심 정리
- 지난주 새벽 12시 17분, 저는 클로드 코드 창에서 같은 랜딩페이지 요청을 세 번째로 지웠습니다.
- 신입에게 “보기 좋게 정리해줘”만 던져놓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시키는 장면과 똑같았습니다.
- 클로드 코드로 디자인을 뽑을 때 많은 사람이 지시문를 길게 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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