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저는 Gemini를 잘못 썼습니다. 회의 녹취를 넣고 “핵심만 정리해줘”라고 했습니다. 결과는 깔끔했지만, 제가 이미 아는 말만 다시 받았습니다.
착각은 여기 있었습니다. AI가 똑똑하면 질문이 대충이어도 일을 건져줄 거라고 믿은 겁니다. 오늘 Gemini에서 남길 것은 새 기능 이름이 아니라, “일을 시키는 순서”입니다.
신입에게 일을 맡기듯 Gemini에게 맡겨야 한다
비개발자 직장인이 AI를 쓰다 막히는 지점은 대부분 기술이 아닙니다. 부탁이 너무 뭉뚱그려져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이거 정리해줘”라고만 말하면 결과물이 애매합니다. 신입에게 일을 맡길 때는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내일 오전 회의에서 쓸 거고, 팀장이 볼 거야. 세 줄 요약 먼저 주고, 쟁점은 따로 빼줘. 모르는 건 추측하지 말고 표시해줘.”
Gemini도 비슷합니다. 제가 보기엔 오늘 남길 한 가지는 이겁니다. AI를 검색창처럼 쓰면 편하지만, 일을 맡기는 도구로 쓰려면 맥락, 기준, 출력 형태를 먼저 줘야 합니다.
오늘 확인 가능한 자료는 share.google에 공유된 Gemini 관련 자료 1개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서 “Gemini가 무엇을 바꿨다”고 크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자료가 얇을 때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사용 원칙 하나로 좁히겠습니다. Gemini든 ChatGPT든 Claude든, 업무에서 차이를 만드는 건 모델 이름보다 지시문의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들 새 기능을 보지만, 실제 시간은 지시문 앞에서 샌다
새 AI 도구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보통 기능 목록부터 봅니다. 파일을 읽는지, 이미지를 보는지, 검색을 붙였는지, 긴 문서를 처리하는지. 저도 그렇게 봅니다. 번역 일을 하다 보니 “이제 원문 길이를 얼마나 버티나”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업무 시간은 기능 비교표에서 줄지 않습니다. 줄어드는 지점은 더 작습니다. 보고서 초안을 만들 때, 이메일 답장을 다듬을 때, 회의 내용을 액션 아이템으로 바꿀 때, 내가 원하는 결과의 모양을 AI에게 정확히 건네는 순간입니다.
제가 한 번 크게 데인 적이 있습니다. 고객사 자료를 요약하면서 “부드럽고 전문적인 톤으로 정리”라고만 시켰더니, 문장이 지나치게 매끈해졌습니다. 틀린 말은 없었지만, 의사결정에 필요한 거친 부분이 사라졌습니다. 비용이 어디서 새는지, 누가 반대할지, 다음 회의에서 무엇을 물어야 할지 빠져 있었습니다.
이런 결과물은 읽기엔 좋지만 일에는 약합니다. AI가 못해서가 아니라, 제가 일을 덜 맡긴 겁니다.
Gemini에서 남길 것은 답변이 아니라 작업 지시서다
제 주장은 조금 단호합니다. 지금 비개발자 직장인이 Gemini에서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것은 “더 좋은 답을 받는 법”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작업 지시서를 만드는 법”입니다. 누군가는 너무 재미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쪽이 더 오래 갑니다.
예를 들어 Gemini에게 회의록을 맡긴다고 해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씁니다.
> 이 회의 내용 정리해줘.
이 문장은 편하지만, 업무용으로는 빈칸이 많습니다. 누구를 위한 정리인지, 어떤 결정을 도와야 하는지, 어디까지 추측해도 되는지, 어떤 형식으로 받아야 하는지 없습니다. 그러면 AI는 가장 무난한 요약문을 냅니다. 무난한 요약문은 저장되지 않습니다. 다시 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쓰는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 복붙용: “아래 내용을 팀장에게 보고할 회의 메모로 바꿔줘. ① 결정된 것 ② 아직 열린 질문 ③ 담당자별 다음 행동 ④ 내가 확인해야 할 위험 순서로 정리해줘. 원문에 없는 내용은 추측하지 말고 ‘확인 필요’라고 표시해줘.”
이 한 줄의 핵심은 친절한 말투가 아닙니다. 결과물의 용도를 먼저 박아두는 겁니다. “팀장에게 보고할”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AI는 잡담보다 결정을 앞으로 보냅니다. “담당자별 다음 행동”을 요구하면 회의록이 할 일 목록으로 바뀝니다. “원문에 없는 내용은 확인 필요”라고 쓰면 그럴듯한 빈칸 채우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업무별로 바꾸면 더 선명해집니다.
| 상황 | 대충 쓰는 요청 | 남길 만한 요청 |
|---|---|---|
| 회의록 | 회의 내용 요약해줘 | 결정, 열린 질문, 담당자별 다음 행동으로 나눠줘 |
| 이메일 | 답장 써줘 |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거절하되, 대안 2개를 제시해줘 |
| 리서치 | 이 주제 조사해줘 | 찬성 근거 3개와 반대 근거 3개를 나누고, 확인 안 된 부분은 따로 표시해줘 |
| 보고서 | 보기 좋게 정리해줘 | 임원이 3분 안에 판단할 수 있게 숫자, 위험, 다음 선택지 순서로 써줘 |
| 번역 | 자연스럽게 번역해줘 | 한국 직장인이 읽는 내부 공지처럼, 딱딱한 표현은 풀어서 번역해줘 |
Gemini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이 표는 특정 제품 홍보가 아닙니다. 실제로 저는 여러 AI 도구를 오가며 씁니다. 그런데 도구를 바꿔도 남는 것은 이런 작은 작업 지시서였습니다. 저장해둔 지시문이 쌓이면, AI 사용은 매번 새로 묻는 일이 아니라 내 일의 일부가 됩니다.
여기서 숫자를 하나만 남기겠습니다. 오늘 자료 근거는 1개입니다. 그러니 “Gemini가 모든 직장인의 업무 방식을 바꾼다” 같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같은 AI를 쓰더라도 요청문에 용도, 독자, 형식, 금지 조건 4가지를 넣으면 재작업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이건 거창한 자동화가 아닙니다. 퇴근 전에 다시 고치는 시간을 조금 덜어내는 방식입니다.
그래도 모든 일을 Gemini에게 넘기면 안 된다
이 방식이 안 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문 자체가 부실하면 AI는 좋은 정리를 해도 얇습니다. 회의에서 결정이 없었는데 결정된 것처럼 정리하라고 하면, 그럴듯한 빈칸이 생깁니다.
민감한 개인정보, 회사 내부 전략,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고객 자료도 조심해야 합니다. 도구가 편해질수록 복사해서 넣는 손이 빨라집니다. 저는 번역 원고를 다룰 때도 이름, 계약 조건, 미공개 제품명은 먼저 지우고 넣습니다. 귀찮지만, 이 선을 넘으면 시간 절약보다 손실이 커집니다.
그리고 Gemini가 항상 내 조직의 맥락을 아는 것도 아닙니다. 회사마다 “깔끔한 보고”의 뜻이 다릅니다. 어떤 팀장은 긴 배경 설명을 싫어하고, 어떤 팀장은 근거가 없으면 한 줄도 믿지 않습니다. 이 차이는 AI가 대신 배울 수 없습니다. 내가 알려줘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AI를 만능 비서보다 새로 온 동료에 가깝게 봅니다. 빠르고 성실하지만, 회사 정치와 팀장의 취향과 고객의 예민한 지점은 모릅니다. 그 부분을 사람이 쥐고 있어야 결과물이 일에 붙습니다.
오늘 저장할 것은 Gemini 사용법 한 줄이다
오늘 바로 할 일은 새 기능을 훑는 것이 아닙니다. 자주 반복하는 업무 하나를 고르고, 아래 순서로 요청문을 다시 써보는 겁니다.
① 이 결과물을 누가 읽는지 쓴다. ② 그 사람이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 쓴다. ③ 원하는 출력 형식을 정한다. ④ 추측하면 안 되는 부분을 못 박는다. ⑤ 마지막에 “빠진 정보가 있으면 먼저 물어봐”를 붙인다.
저는 이 작은 습관이 미래 대비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AI를 잘 쓰는 사람은 새 도구를 가장 빨리 만지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일을 작은 시스템으로 바꿔 저장하는 사람입니다.
오늘은 이 한 줄만 남겨도 충분합니다.
> “누가 읽고, 무엇을 결정해야 하며, 어떤 형식이 필요한지 먼저 말한다.”
다음 편에서는 Gemini나 다른 AI 도구에 긴 문서를 맡길 때, 요약이 아니라 판단에 가까운 결과를 받기 위해 어떤 순서로 문서를 쪼개야 하는지 이어가겠습니다.
핵심 정리
- 지난주에 저는 Gemini를 잘못 썼습니다.
- 회의 녹취를 넣고 “핵심만 정리해줘”라고 했습니다.
- 착각은 여기 있었습니다.
→ 영어판 보기